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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의 아저씨>, 벼랑 끝에서 또 다른 벼랑 끝에 선 사람을 보다

by 푸린린 2023. 2. 27.

 

빚 갚아 주는 나의 아저씨 ?!

21살, 이제 막 갓 스물을 넘겨 아직 어린티가 나는 지안(이지은)은 건설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말단 직원이다. 어딘가 모르게 음침하고 어두워보이는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도 그럴것이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 다른 일이라도 시킬라 치면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 보는 그녀와 가까워지기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지안에게도 사정은 있었으니, 달동네 맨 꼭대기 집에 사는 그녀에겐 삶이 너무나도 버겁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기고 간 어마어마한 빚과 부축이 없으면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는 말도 못하시고 거동도 불편한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 그마저도 요양원비가  밀려 언제 쫒겨날 지 모르는 상황이다. 회사일이 끝나면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또 부지런히 발길을 옮겨야 하는, 청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짙은 어둠이기만 한 그녀의 삶. 거기다가 이따금씩 퇴근 후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악질 빚쟁이 광일(장기용)은 대금 상환 영수증은 커녕 어린 여자인 지안에게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 최악의 사채업자이다. 이렇듯 그녀의 삶에 희망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냥 태어났으니까,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살고있을 뿐. 한편 지안이 다니는 건설회사의 안전진단 팀 부장 동훈(이선균)은 능력있는 건축 구조 기술사이지만 사이 안좋은 후배가 자신의 상사가 되는 바람에 비주류부서로 밀려난것도 모자라 만년 부장에 머물러 있는 인물이다. 나서는걸 좋아하지 않는 순둥하고 올곧은 성격 덕에 상사에게 아양을 떨거나 하는 것도 못하는 동훈은 그저 현실에 순응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 뿐이다. 이런 그의 성격과 달리 아내 윤희(이지아)는 출산 후에도 미친듯이 노력해서 사법고시까지 패스한 의욕이 넘치는 성격으로 그녀의 눈에는 승진 욕심 하나 없이 그저 만사태평한듯 보이는 동훈이 답답하기만 하다. 둘의 관계는 이미 소원해진 지 오래. 그나마 둘 사이를 지탱해주고 있는 아들 지석은 유학생활 중인 탓에 집안은 삭막하기만 하고, 동훈 또한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치이는 하루하루는 아무 의미없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동훈에게 의문의 봉투가 배달되고, 그 안엔 무려 5000만원의 거금이 들어있다. 동훈은 생전 처음 겪는 일에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봉투를 그냥 서랍장에 처박아 버리고, 그런 동훈을 지안이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지안에게 빚을 갚을 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논란을 딛고 인정 받다

2018년 3월, tvN에서 방영된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시청자들에게 공감되는 사랑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또 오해영>을 집필한 박해영 작가의 작품이다.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서 주연 해수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가수 뿐만 아니라 연기자로도 인정을 받은 아이유가 2년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작품으로써 방영 전에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방영 당시에는 화제성에 비해 저조한 시청률로 마무리한 작품이다. 그도 그럴것이 극 중 남자 주인공 동훈과 여자 주인공 지안의 나이차이가 너무 과하다는 의견때문이었으나 극중에서 둘은 조력자 사이일 뿐 러브라인이 형성된 관계는 아니다. 물론 시각에 따라 지안이 동훈을 사랑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지만 이조차도 극중에서 분명하게 표현된 것은 아니고 동훈은 지안을 도와줘야 하는 안쓰러운 어린 직원으로 대할 뿐이다. 예전에도 문근영 주연의 <어린신부>와 같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작품들이 종종 있었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등 각종 문제로 사회상 인식 변화의 시기에 놓이면서 그 내용에 비해 유독 논란이 많이 불거진 작품이다. 방영 당시 시청률은 15회까지 평균 5%대에 머물렀으나 마지막회 방영분이 전국 시청률 7.35%로 방영회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 55회 백상 예술 대상에서 TV부문 드라마 작품상과 극본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는데,  IMDb 시청자 평점 9.1을 기록하며 한국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 하는가 하면 세계적인 작곡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와 글로벌 밀리언셀러 작가 파울로 코넬료 또한 작품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소 어둡고 무거운 드라마이지만 서로의 상처를 각자가 서툰모습으로 치유해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 또한 같이 치유받게 되는, 지금도 꼭 봐야하는 인생드라마 하면 빠지지 않고 손꼽히는 작품이다.

 

 

평범한 사람이 전하는 삶의 희망

박해영 작가는 기획의도에서 거의 모든 드라마 속에서 남자들이 능력있고 멋있게 묘사된다는 것을 언급하며 그런 비현실적인 소수의 얘기가 아닌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저씨들에게 초점을 맞춰 그들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의 아저씨>는 그런 작가의 의도대로 동훈과 능력 없는 두 형을 사실적이고도 인간적이게 그려내며 극에 몰입감을 더했다. 작가의 기획의도대로 동훈은 어리고 제멋대로에 조금은 엇나가는 지안을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묵묵히 도와주는 착한 어른이지만 동시에 술 마시는 것, 공차는 것 좋아하고 아내에게는 무심한 못난 남편이다. 동훈의 큰 형 또한 착하고 성실하지만 능력이 없어 동생에게 기대어 살고, 둘째 형 또한 영화감독을 꿈꾸었지만 쫄딱 망해버리고 출연 배우에게 너 때문에 망한 거라며 막말이나 내뱉는 사회에서 보기에는 못난 사람들이다. 아마도 이 드라마가 그토록 인생드라마로 손꼽히는 이유는 이런 '찌질함'과 '모자람'이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다른 어떤 드라마보다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완벽한 것도 그렇다고 항상 못나지도 않은 평범하고도 평범한 사람들의 사람사는 이야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삶의 절벽 끝에 내몰려 인생의 빛이라고는 없었던 지안의 어둠 그 자체인 삶에 작은 균열이 생기며 점점 빛이 드는, 마침내 그 빛이 환하게 비추는 과정흥미롭고도 탄탄하게 풀어내간다. 무엇보다 지안의 삶에 빛을 주는 이들이 별거 아닌 평범한 사람들 이라는 것 또한 중요한 점이다. 잘난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 작아지기 바쁜 요즘 사회의 세태에서 한 걸음 물러나 별 거 아닌 거 같아 보이는 나도 누군가에겐 희망을 주는 사람일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하는 것이 이 작품의 힐링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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