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날 없는 세자매의 일상
사이 좋은 세자매가 있다. 맏언니로 국내 대기업에서 경리일을 하고 있는 인주(김고은), 가난 속에서도 똑똑하게 자라 뼈대있는 방송국의 기자로 일하는 인경(남지현), 뛰어난 그림 솜씨로 비록 어려운 형편이지만 국내 최고 예고를 다니는 막내 인혜(박지후)까지. 셋은 열심히 살아간다. 생일케익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언니들이지만 그래도 막내 동생의 생일에는 케익정도는 사다줄 수 있는, 씩씩한 언니들. 그리고 이번 생일에는 케익과 함께 인혜가 형편 때문에 말조차 꺼내기 조심스러워 하는 유럽 수학여행 비용을 준비해서 선물한다. 하지만 그들의 우애에 초를 치는 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세 자매의 엄마, 희연(박지영) 이었다. 딸들에겐 관심도 없고 굳이 인혜의 생일에 인혜가 싫어하는 열무김치를 해주겠다며 나서는 그녀. 막내 딸의 수학여행 비용을 벌어다 주진 못할 망정 첫째 둘째 딸이 모아 준 막내의 수학여행 비를 눈독들인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아침 희연은 그 돈을 들고 감성에 호소하는 말도 안되는 편지만 몇 줄 써놓은 채 자취를 감추고 만다. 망연자실한 현실에 분노하는 언니들과는 달리 한 번도 수학여행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해본적 없다며 오히려 태연한 인혜를 보고 언니들의 마음은 더 찢어진다. 결국 다시 수학여행비를 구하기 위해 인주는 회사에 상사에게 월급 가불을 신청하지만 자존심을 긁는 말만 잔뜩 들은 채 거절 당하고, 인경 또한 뾰족한 수가 없어 대출까지 생각한다. 그런 인주의 사정을 듣고 같은 회사의 경리 화영이 인주를 도와주기로 한다. 14층에 근무하는 화영은 13층의 왕따인 인주와 같은 신세이지만 그녀는 뭔가 세련돼보이며, 항상 당당하고 여유롭다. 그렇게 인주를 도와준 화영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인주에게 밥까지 사주고 업무상 잠깐 필요한거라며 인주에게 동의서에 사인 한번만 해달라고 부탁하고 인주는 믿을만한 언니가 하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준다. 한편 대출을 고민하고 있던 인경에게 때마침 고모할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다. 평소라면 거절했을 전화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전화를 받는 그녀. 큰 기업의 회장님인 고모 할머니는 필요한 돈을 줄테니 자신의 집에 들러 주말마다 신문을 읽어달라는 제안을 한다. 고모할머니를 싫어하는 그녀는 내키지 않았지만 인혜를 위해서 제안을 수락하고 다시 돈을 구하게 된다. 그렇게 인주와 인경은 눈물나는 노력으로 돈을 모아 인혜에게 다시 수학 여행비를 건네지만, 인혜는 언니들이 자기때문에 고생하는게 너무 싫다며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하곤 차를 타고 떠나버린다. 그렇게 인혜를 따라간 인주는 한 부잣집 사모님으로부터 돈을 건네받는 인혜를 목격하게 된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 대하여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2022년 9월부터 10월까지 약 한달간 방영한 tvN의 토일 드라마이다. 12부작의 이 작품은 전작 토일 드라마 <환혼>의 후속으로 방영하였으며 <도깨비>, <치즈 인 더 트랩>등 여러 드라마의 흥행을 이끈 주인공 김고은이 주연을 맡았으며 집필은 정서경 작가가 맡았다. 정서경 작가는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의 대작을 제작한 박찬욱 감독과 같이 작업했던 작가로 전작 <마더> 이후 두번째 드라마 집필인데 이번 드라마엔 마찬가지로 박찬욱 감독과 같이 작업했던 류성희 미술 감독도 함께 드라마 제작에 참여해서 그런지 박찬욱 감독 작품의 느낌이 묘하게 묻어난다는 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드라마의 제목만 보고는 미국의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유명한 고전 명작 <작은 아씨들>과 같은 따뜻한 가족의 정서를 이야기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정서경 작가가 새롭게 그려낸 이 작품은 우애좋은 세 자매에게 덮쳐오는 시련과 역경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범죄 장르가 첨가된 드라마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제목이 <작은 아씨들>이냐고 반문 할 수 있겠는데 바로 드라마의 주인공인 인주, 인경, 인혜의 모티브를 동명의 고전명작 작은 아씨들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하는 정서경 작가는 그 중에서도 젊은 이들이 가장 듣고싶어하는, 사랑도 아니고 모험도 아닌,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결심하고 소설 작은 아씨들의 자매들을 현대 한국에서 재해석 하여 그들이 가난을 뚫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의 아이디어는 그저 아이디어에서만 머물지 않고 실현되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야기를 세 자매들의 구체적인 이야기와 잘 접목시킨 참신한 소재의 드라마로 재탄생 되었다. 그 신선하고 참신한 시도는 첫회 시청률 6퍼센트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나쁘지 않게 받아들여졌으며 꾸준히 평균 시청률 7%를 유지하던 드라마는 마지막 12회 1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비현실적인 스토리로 그리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모습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다 볼 때까지 tvN 방영 드라마인줄 모르고 넷플릭스 시리즈인줄 알았는데 tvN드라마라고 해서 의외라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다른 시청자들이 느낀것처럼 영상미적으로도 스토리 쪽으로도 TV시리즈 드라마보다는 영화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게 넷플릭스 시리즈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이 작품은 정란회, 일개 경리의 700억 횡령등 아주 비현실적인 내용을 담고있지만 평균이하의 삶을 사는 세 자매의 가난한 처지는 또 한편으로 아주 현실적이게 묘사되어 가슴에 콕콕 박힌다. 아이들은 나몰라라 하고 자기 잇속 챙기기 바쁜 책임감 없는 부모. '어떤 사람은 엄마가 되지 않는게 더 낫다'는 인주의 말. 'TV에 나오는 가족들과 우리 가족은 뭔가 다르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는 말. '가난하게 컸어? 하도 잘 참아서.' 라는 인경을 비꼬는 마리의 말. 가난해본 사람이라면 이 중 한개 쯤은 공감해 보았을 것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돈이 많아지면 동생들과 샷시 잘된 아파트에서 살고싶다는 인주의 말이었다. 누군가에겐 아주 당연한 일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토록 바라는 꿈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겪어보지 않았으면 생각조차 못할 아주 현실적인 대사였다. 물론 자매의 꽤 번듯한 직장, 세 자매를 역경에서 구해주는 왕비님이나 왕자님, 결국 드라마틱하게 맞이하는 결말등은 '역시 드라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지만 가난에서 탈출하고 싶어 돈많은 남자와 결혼했다가 파혼해버려 다시 가난한 삶을 사는 인주와 자매들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고군분투, 그 자체는 그 무엇보다 현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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